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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직한 입김에도 하늘거리는 등잔불
그대는 캄캄하게 얼어 붙은 이 밤에도 어김없이
다정한 빛을 뿌려 밤을 열어준다.

천한 사람, 귀한 사람 차별없이 뿌려주는
보배 같은 불빛

그 아래서 선비는 글을 읽고, 아낙네는 바느질을
하고 농군은 새끼를 꼰다.
할머니는 어린 손주를 무릎에 앉히고 어제했던
얘기를 또 해준다.
어젯밤도 오늘밤도 등잔 밑은 훈훈하다.

어느덧 밤이 이슥해지면 아이들은 잠이 들고,
불빛도 졸음이 오는지 희미해진다. 그 무렵
누군가의 '훅!'하는 입김소리에 등잔불은 꺼진다.

한 줄기 하얀 가냘픈 여운을 남기고 빛은 사라진다.
밖에서는 바람에 낙옆이 부스스 부스스 지나가고,
어디선가 부엉이 우는 소리가 구성지게 들려온다.

이어서 모두 잠이 들고, 불빛 없는 긴 겨울 밤은
이렇게 깊어만 간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