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등잔걸이나 등잔받침 빝바탕은 우묵하게 패어져 있는 것들이 많다. 임시로 담뱃재나 꼽재기를 넣어두는 곳이라서 별로 치장도 하지 않는다. 그런데 이녀석은 받침 주변에 화사한 연잎 무늬 조각이 있고, 중앙부에는 '富·貴·多·男' 이라는 네 글자가 큼직하게 새겨져 있다.

부귀다남을 얼마나 염원하였기에 거기에까지… 나는 고소(苦笑)를 한다. 그런데 갑자기 이 등잔을 만들었다는 이가 나타나 껄껄댄다. "거기엔 또다른 귀중한 의미가 있는데 그건 모르면서…" 물어 보았으나 대답은 없고 천 번만 부귀다남! 외쳐보란다.
그 말을 따라 큰소리로 부귀다남을 하루종일 외쳤다.

종일 외치고 나니 저녁나절에는 기운이 다빠지고 목도 아팠다.
부-귀-다-남, 부 - 귀 - 다 -남 외치다 나는, 바로 이거로구나! 무릎을 쳤다. 부귀라는 것은 다 남의 것- 부귀는 남의 것이라고 말이다. 그러나 부귀는 모두 내 것이고, 빈천은 모두 네 것이라고 우겨되는 인간(人間)- 부귀도 좀 나누어 갖고, 빈천도 서로 위로해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될 것인가. 그래서 나는 이 철학이 담긴 등잔을 사랑한다.